"그 여름 시게루는 조용한 파도 위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あの夏, いちばん靜かな海, A Scene At The Sea, 1992




그여름1


그여름2


그여름3


그여름4



대학가 하숙집 근처의 DVD 대여점에서 이 영화를 만난건 우연이자 행운이었다.

온갖 상업영화가 주를 이루는 그런 곳에서 이런 영화를 취급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지나가는 내 눈길이 그곳에 멎었던 것 모두 세상이 이런 일이 수준이었다.

범상치 않은 제목에 이끌려 케이스를 들고 확인하는데 감독이 기타노 다케시... 더 이상 망설일 이유따위는 없었다.


그 영화는 특이하다 못해 충격수준이었다.

조악한 화질에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촬영, 편집, 주인공이 말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대사도 별로 없는 무미건조 한 영화.

이따금 울리는 단조로운 배경음악만이 귀에 박히는 정말 이상한 영화.

그러나 처음부터 나는 몰입하고 있었다.

주인공 남녀의 무표정한 연기에 빠져 있으면 어쩌다 터지는 유머러스한 장면들....

감독은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감동을 주기위한 억지 설정도, 감정에 어필하는 격한 연기도 없었다.

그저 말없는 주인공을 묵묵히 보여줄 뿐.


대화는 없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주인공 남녀.

주위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서핑을 할 뿐인 시게루.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서, 쓸데없는 치장을 하려고 하지 않아서, 감독의 의도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멍하니 지켜 보다가, 가끔씩 웃음이 터지다가, 잔잔하던 바다에 거센 파도가 칠 때 결국 마음속으로 울고 말았다.

무엇이 그토록 내 마음을 울렸을까.

나같은 범인(凡人)은 알 수가 없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데 기타노 다케시라는 감독은 그저 그렇게 이런 깊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 냈다.


그여름5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그의 영화라는게 정말 의외다.

차갑고 잔혹한 이미지의 기타노 다케시.

실제 그는 야쿠자가 등장하는 범죄영화를 많이 만들었고 배틀로얄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따뜻하고 가슴아픈 영화를 만들다니.

하긴, 소나티네나 하나비, 이런 영화에서도 빠지지 않는게 휴머니즘이었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것이 바로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자양분이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대부분의 영화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식품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가공식품이라면,

이 영화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밋밋하고 텁텁하지만 몸에 좋은 슬로우 푸드 느낌이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마스터피스.



그여름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