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가끔 이런 영화가 있다
딱봐도 저예산에 유명 배우도 없고 언뜻보면 별 내용 없는 영화
흥행을 위해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냥 이런 영화 자체를 만들고 싶었던 영화
화려함. 자극적인 요소, 볼거리가 없어도 감독의 인생 철학이 깊게 배어 있으면
그 영화는 이미 걸작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내 뼈를 때리는 것은 시청각적인 자극이 아니라 영혼의 울림이라는 것을
그런 영화에 감정이입을 하는 순간 끝모를 편안함을 느끼며 우리의 의식은
감독이 운전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부(富)는 본질적으로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라는 건 모두가 어렴풋이
교과서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른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없다
그래도 돈이 있어야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지금 불행한 건 남들보다 가난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답없는 고민을 하면서 그들은 고통을 감수한다
그런 세속적인 문제따위 아이들은 잘 모른다
그저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야 기어코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가 살면서 애써 부인하려고 했던 사실들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속에서
다시 마주할 때의 그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이 우리를 눈물 짓게 한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멈춰서서 돌아보니 나는 어디에 있고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상실감에 대해
이 영화는 작은 손을 내밀고 있다
감독은 영리하게도 억지 감동을 자아내게 할 시시콜콜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저 무니라는 아이의 일상을 듬성듬성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만
영리한 어른들은 그 간극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넣고 가슴을 부여잡는다
무심한 듯 방세를 독촉하는 바비(윌렘 데포)가 아이들을 소아성애자로부터 보호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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