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있었고, 계속 살아가는 일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




Maborosi.5



유미코씨에게 


당신의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 준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사연은 매우 비통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얼마나 슬픈 것일까요.

저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신은 어렸을 때에 이미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Maborosi.1




고향에 가겠다는 할머니를 적극적으로 잡지 않았던 기억은 평생 당신을 괴롭혔을 겁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고 원작소설에서만 묘사되어 있는 공사장에서 목격한 어머니의 모습도 당신에겐 트라우마로 남았겠지요.

이런 저런 불행한 기억과 경험에서도 당신은 성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으니까요.


Maborosi.2



차를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갈때의 당신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또 다른 불행이 찾아옵니다.

왜 그랬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Maborosi.3


Maborosi.4



침묵의 세월들.

이유를 알 수 없는 비극에 당신도 몇 번이고 삶의 끈을 놓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은 용감했고 재혼이라는 새로운 삶을 선택합니다.


Maborosi.6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컸겠지만 당신은 강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어머니와 헤어질 때도 당신은 울지 않았습니다.


Maborosi.7


Maborosi.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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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로운 시작. 다행히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겨울 여름 겨울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바닷가의 일상도 적응해 갔지만 잊을 수 없는 단 한가지가 당신의 머리속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아무리 되뇌어봐도 답을 알 수 없습니다.

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고향에 간 당신은 예전에 살던 거리를 거닐고 단골이었던 찻집의 주인과 잠시 얘기를 나눕니다.

예전에 몰래 찾아가 남편이 일하던 모습을 지켜보곤 했던 공장,

옆집의 라디오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좁고 낡았던 신혼집, 

옛 추억이 깃든 곳을 둘러볼수록 당신은 잊을 수 없는 그리움과 공허함에 더 괴로웠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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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닷가의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전남편에 대한 생각은 당신의 머릿속을 계속 맴돕니다.

결국 당신은 참지 못한 울분을 터뜨리고, 처음으로 답답함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인 그 남자는 아주 담담하게,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환상의 빛. 당신의 남편은 철로 위해서 그것에 홀렸을 것이다.

결코 납득할 만한 답은 아니었지만, 그 말이 정말 고마웠을 겁니다.

당신은 그냥 그 어떤 이유라도 듣고 싶었을 테니까요.

진짜 이유는 죽은 전남편만 알고 있었고, 그는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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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난히 아리던 겨울 바닷바람도 물러가고 다시 여름이 오려합니다.

고요하고 아늑한 먼 바다를 바라보며 당신은 계속 살아가는 일만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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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보내지 못한 편지는 사랑하는 사람이 받을 수 없지만, 그는 이 편지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편지. 영원히 가슴 속에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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