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진보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고대 석기시대인들은 현대인과 다르지 않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생활은 풍요로웠다. 그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문명의 진보를 이룩하지 않고 수렵 채집 생활에 머물렀던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루 평균 3시간만 일하면 원하는 식량을 조달할 수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휴식과 여가활동으로 보내는 여유롭고 풍족한 삶이었다. 밤하늘을 보면서 천체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생각했고, 여러가지 신을 믿었다. 동굴에 벽화를 남기기도 했고, 도구제작 기술을 발달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살던 그들은 왜 갑자기 농업혁명을 일으키게 되었을까.


그들에게도 생식압력(Re-productive pressure)은 항상 있었다. 인구증가가 조달할 수 있는 식량을 넘어서게 되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지속적인 방법으로 인구를 억제하여 그 압력에 대처하여 왔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기후 변화로 인한 대형동물들의 멸종은 식량 위기를 불러왔고 기술의 진보를 통해 식량 생산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생산의 강화란 단위 시간당 또는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용지, 용수, 광산물 또는 에너지를 투자하는것이며, 그것은 생활수준에 가해지는위협에 대해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대응이다.


 왜 생산강화를 통한 경제문제 해결을 꾀하는가? 질 좋은 식생활, 힘드는 노역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가장 용이한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생산의 증가가 아니라 인구를 줄이는 일이다. 


이성간의 성행위는 유전인자에 의해 명령되는 것이며 인류라는 종의 생존과 보존이 거기에 달려 있는 만큼 인간의 '소출량', 즉 출산을 줄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인류역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인구억제 방법은 유아살해였다.


마지막 빙하시대의 말기에 들이닥친 기후의 변화로 인해 특히 큰 사냥감이 감소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 수렵 및 채취라는 생산양식의 강화가 이번에는 농업채택을 위한 무대를 준비한다. 농경생활은 또 집단간의 경쟁 격화, 점점 빈번해지는 전쟁, 그리고 국가의 생성과 발전을가져오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앞으로 더 논의할 것이다.



서문


내가 이 책을 쓰는 목적은 인류는 앞으로 위로 전진하고 상승하는 진보를 계속 거듭해 나아간다고 보는 낡은 빅토리아식 발전관을 밀어 내고, 그 자리에 문화발전을 보다 사실대로 설명하는 발전관을 들여앉히는 데에 있다.


지금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의문은 지난 150년 동안 얻어낸 전진이 진정한 것이냐가 아니고 그것이 영구히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목차


1. 문화와 자연


2. 에덴 동산에도 살인은 있었다


3. 농업의 기원


4. 전쟁의 기원


5. 동물성 단백질과 여자와 '사나운 부족' 야노마모


6. 남성지배제와 외디푸스 콤플렉스의 기원


7. 원시국가의 기원


8. 콜럼버스 이전 메소아메리카의 시원국가들


9. 식인 왕국


10. 고마운 어린 양


11. 육식 금기


12. 어째서 '거룩한 암소'인가


13. 물의 '올가미'


14, 자본주의는 어떻게 발생 했는가


15. 거품같은 공업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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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와 자연  (0) 2019.03.04

피를 흘린 영웅들이여

목숨을 바친 영웅들이여

그대들은 이제 친구의 국토에 묻혀 있다

그러니 고이 잠들라


Those heroes that shed their blood

And lost their lives.

You are now lying in the soil of a friendly country.

Therefore rest in peace.


Gallipoli4


전쟁이라는 비극, 그것도 최악의 작전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된 1차세계대전 갈리폴리 상륙작전을 아름다운 우정과 함께 대비시켜 엮어낸 걸작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트루먼 쇼> 등으로 유명한 피터 위어(Peter Weir) 감독의 1981년작.

젊은 시절 풋풋했던 멜 깁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Gallipoli1


Gallipoli3


Gallipoli2

(이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시계)



그들이 참전하고자 했던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동기야 어찌되었건 그들은 지구의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고,

전쟁은 상상이상으로 잔혹했다.

 

Gallipoli5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원입대하고자 한 두 주인공은 나이제한 때문에 거부당하지만, 

퍼스(Perth)로 가서 나이를 속이고 입대를 하게 된다.

사막을 건너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이는 가슴아픈 비극의 촉매제가 된다.



Gallipoli7


Gallipoli8


Gallipoli9


국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는 영웅들.

이집트에서 훈련을 받던 그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고대하던 전장에 배치되지만,

전쟁은 결코 그들이 상상하고 원하던 모습이 아니라고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걸리지 않는다.

 

Gallipoli10


누군가 구상하고 하달하는 작전과 명령.

그것이 불합리하고 결과가 뻔히 보이더라도 그들은 거부할 수 없다.


Gallipoli11


Gallipoli12


Gallipoli13


Gallipoli14




떨리는 손으로 눌러쓰는 마지막 편지는 무엇을 얘기했을까.

마지막 유품으로 걸어두는 목걸이는 누구에게 보내는 것이었을까.

자신의 손으로 명령을 내려 부하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하는 지휘관.

자신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지만 뛰어야만 하는 병사들.

무방비인 적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해야만 하는 상대 병사들.

이들은 모두 전쟁이라는 비극의 주인공일뿐, 그곳에는 신화적인 영웅도, 숭고한 대의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Gallipoli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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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설국이었다."


유명한 첫 구절로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作 <설국>과 이 영화의 구조가 닮아 있다.

두 작품 모두 기승전결의 전형적인 서사구조를 따르지 않고,

그저 느릿느릿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긴장이 극에 달하는 순간 작품은 끝나게 된다.


"발에 힘을 주고 버티면서 눈을 든 순간,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듯했다."






Gallipoli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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